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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동 개심사에서 마애삼존불의 아름다운 미소를 만납니다

by 핫트월드 2026. 2. 18.

마애삼존불

충청도 서해로 나가 서 있는 뭍의 끝머리인 서산은 들도 아니고 산도 아닌 비산비야의 고장입니다. 그 가운데 가야산이 훤칠하게 솟아 있는데 그 품안에 아담하고 아름다운 절 개심사가 안겨 있습니다. 해마읍성을 끼고 오른편 길로 조금 가면 개심사 들목입니다. 그 들목에서 절에 이르는 길은 훤칠한 솔숲의 기품이 넘칩니다. 절집으로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세심동 개심사라고 적힌 두개의 돌표지 앞에서 문득 걸음이 멎게 됩니다. 마음을 닦는 곳 마음을 여는 절이라니 그렇다면 이 오름길에서 청아한 솔냄새로 마음의 한점 티끌조차 맑게 씻겨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간 올라가면 계단길이 끝난 곳에 고즈넉한 연못이 다시 발길을 붙들게 됩니다. 절로 들려면 나무 깎아 연못을 가로질러 걸쳐 놓은 파안교를 전너야 합니다. 연못가에는 큼직한 백일홍 마무가 가지를 늘이고 서 있습니다. 껍질을 벗은 채 매끈하게 빠진 백일홍나무의 자태가 멋습럽습니다. 순백한 마음으로 파안교를 건너 마음이 열리는 절 개심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개심사는 옹이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기둥으로 지은 소담한 절집입니다. 부지런한 빗질이 티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경내는 적막하기만 합니다. 국보가 몇 점씩 된다는 거창한 자랑도 없어도 이 작은 절안에 모든 건축물은 자연 그대로의 곡선을 잘 살린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특히 대웅전 옆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심검당의 곡선미는 이 절집만의 자랑입니다. 자연석 위에 올려 놓은 마무기둥은 다듬지 않아 배가 부르고 휘어진 자연 그대로입니다. 부엌으로 드는 문지방도 윈래의 나무 생김 그대로 휘어져 흐르고 있습니다.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그윽한 선율처럼 흐르는 이 절집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은 여행객이라면 어디를 가든 참 아름다우을 가려낼 안목 하나는 가졌지 않나 싶습니다. 개심사에서 마음을 씻고 나와 서산 운사면 용현리로 건너가면 인자하게 미소짓고 계신 마애삼존불을 뵐 수 있습니다. 태안반도는 중국의 불교문화가 백제의 수도 부여로 전파된 길목입니다. 이런 지정학적인 자리에서 마애삼존불은 먼길을 오고가는 이들이 안녕을 빌어주었을 것 입니다. 백제 말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본존불인 여래입상이 가운데에 서 계시고 그 양편으론 반가사유상과 보살입상이 협시불로 서 계십니다. 그런데 누가 이 외딴 산중에 찾아들어 천년의 미소를 피워 놓은 것일까요? 너그럽고 해맑은 여래입상의 미소를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백제의 미소로 불러오고 있습니다. 두부의 협시불도 친근감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귀여운 볼우물을 파면서 남모르는 우스운 일을 떠올리며 실실 웃는 익살스러운 표정은 금방이라도 암벽에서 튀어나와 여행객들과 함께 어물려 놀 것 같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지존의 권위 대신 너무나 인간적인 미소를 지닌 마애불의 표정은 아주 편안한 느낌입니다. 이 천년의 미소 앞에서 문득 세속에 두고 온 희노애락의 찌꺼기가 모두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탈을 많이 당한 우리나라이지만 마애 삼존불의 해탈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나라의 유물 보다도 훌륭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절에서 만나는 위대한 우리의 유산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